남편은 반대하고, 아내는 울었습니다 — 부부 동석 상담 실황
부부가 함께 오시는 상담은 혼자 오시는 경우와 공기가 다릅니다.
상담실 문이 열리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온도 차이가 먼저 들어옵니다.
어떤 분들은 나란히 앉지만 시선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어떤 분들은 한 분이 앞서 들어오고 다른 분이 한 발 물러서서 따라 들어옵니다.
오늘은 그 장면들 중 기억에 남는 한 쌍의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실명과 구체적인 수치는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결은 그대로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이 글에서 자신을 조금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혼자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함께 오셔도 된다는 걸 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첫 장면 — 남편이 먼저 말했습니다
두 분이 자리에 앉자마자 남편 분이 먼저 입을 여셨습니다.
"제가 반대해서 왔는데요."
아내 분은 무릎 위에 손을 포개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셨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상담 초반에 "반대해서 왔다"고 하시는 분은 사실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부분이 걱정되셨나요?"
남편 분이 팔짱을 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하면 신용 다 망가지고, 회사에 알려지고, 재산 다 빼앗기는 거 아닙니까."
아내 분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게 걱정이라 같이 오자고 한 거예요."

두 분의 채무 구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좀 복잡했습니다.
아내 분 명의로 카드 채무가 4,300만원, 남편 분 명의로 사업 실패 후 남은 대출이 8,100만원.
두 분 합산 1억 2,400만원인데, 명의가 각각 달랐습니다.
개인회생은 개인별로 신청하는 절차라, 두 분이 각자 신청하거나 한 분만 먼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먼저 설명드렸습니다.
남편 분이 물으셨습니다.
"제 채무가 더 크면 제가 먼저 해야 하는 건가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두 분의 소득 상황을 봐야 합니다. 소득이 있는 쪽이 회생에 유리합니다."
아내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남편은 지금 재취업 준비 중이고, 저는 마트 파트타임으로 월 130만원 정도 버는데요."
잠깐 숫자를 정리했습니다.
아내 분 소득 130만원, 채무 4,300만원.
생계비 공제 후 가처분 소득으로 변제계획을 잡으면 월 30~35만원 선이 나옵니다.
36개월 기준 1,080~1,260만원 변제 후 3,000만원 이상 면책.
저는 이 숫자를 종이에 적어 두 분 앞에 내밀었습니다.

남편이 팔짱을 풀었습니다
남편 분이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셨습니다.
"이게 맞는 계산이에요?"
"네. 소득과 생계비 기준 표를 적용한 수치입니다."
남편 분이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아내 분은 이미 눈이 빨개져 있었습니다.
"나는 이게 뭔가 사기 같아서 믿기가 싫었어."
남편 분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내 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근데 더 이상 혼자 못 버티겠어."
저는 두 분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도록 그냥 두었습니다.
이런 순간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법적 설명보다 두 사람이 같은 편으로 돌아서는 그 10초가 더 결정적입니다.
남편 분이 팔짱을 풀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셨습니다.
"그러면 내 채무는요? 나는 소득이 없는데."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남편의 채무,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남편 분 채무 8,100만원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현재 소득이 없어 개인회생 변제계획을 짜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선택지를 설명드렸습니다.
첫째, 재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그때 개인회생 신청.
둘째, 지금 바로 개인파산·면책 절차 진행.
"파산은 더 나쁜 거 아닌가요?"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파산·면책이 회생보다 나쁜 게 아닙니다. 소득이 없을 때 더 적합한 절차입니다. 재산을 청산하지만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3~5년간 변제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면책을 받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남편 분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취직 되면 늦나요?"
"아닙니다. 취직 후 회생 신청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파산으로 면책받으시고, 재취업 후 신용 회복하시는 경로도 있습니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 두 분의 방향이 잡혔습니다.
아내는 개인회생, 남편은 개인파산·면책 병행.
각자 다른 절차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빚을 정리하고 같이 새로 시작하는 것.

나가는 길에
두 분이 일어서실 때 아내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같이 오길 잘한 것 같아요."
남편 분이 문을 잡아 드리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반대해서 왔는데 오히려 더 알게 됐네."
저는 그 대화를 들으며 살짝 웃었습니다.
이 직업에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채무 문제는 부부 사이에서도 혼자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분이 몰래 빚을 지고, 몰래 고민하다 혼자 지쳐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같이 오셔도 됩니다.
오히려 두 분이 함께 정보를 들으시면 결정이 빨라지고, 절차도 더 체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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